따뜻한 하루

여멍독건죽마 2024. 11. 14. 09:49

김 부장은 회식 때 된장찌개가 나오면 '그 친구'에 대해 말했습니다.

직원들은 자주 듣는 이야기였지만아무도 중간에

자르거나 자리를 피하지 않았습니다.

 

"그 친구 말이야그렇게 먹는 걸 좋아했거든특히 이 된장찌개!"

"하루는 이 된장찌개를 한 뚝배기 끓여 놓고 밥을 비벼 먹는데,

얼마나 맛있게 많이 먹는지 걱정이 다 되더라니까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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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다 급체라도 걸리는 날엔 김 부장이

그 친구를 업고 응급실을 달려가기도 했다고 했습니다.

"병원에 안 가고 손을 얼마나 따댔는지 열 손가락이 다 헐었더라고."

"한 번은 나랑 만나기로 해 놓고 나타나질 않는 거야.

그때도 난 된장찌개를 먹다가 급체했다고 생각했지."

 

거기서부터 김 부장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.

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.

그 친구와의 약속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...

그날 친구는 병원에서 위암 말기 선고를 받고서

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있었다는 것을...

 

그 친구는 김 부장에게 마지막 부탁을 남겼습니다.

"우리 엄마 틀니 할 때 되면 이삼백만 원만 좀 챙겨줘."

그리고 김 부장에게 적금통장을 건넸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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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렇게 김 부장의 절친은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.

말하진 않았지만직원들은 '그 친구그 친구하는 사람이

그토록 사랑했던 그의 아내였음을 알고 있었습니다.

 

차마 '아내'라는 말이 목구멍을 넘지 못해 '그 친구'라고

추억해야 하는 김 부장의 이야기를 직원들은 수없이

아무 말 없이 그렇게 듣고 있었습니다.

 

출처 : 따뜻한 하루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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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별에는 다양한 얼굴들이 있지만 가장 냉정한 이별은 죽음이 아닐까

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숨 쉬고먹고자던 사람과의 작별...

사랑하는 아내남편부모님형제자녀의 죽음은

살면서 겪어야 할 가장 큰 고통임엔 분명합니다.

 

세상에서 가장 냉정한 이별 앞에 '좀 더 좋아하며 살것을...'

그리고 후회하지 말고, 그래도 마음껏 좋아해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.

말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오늘을 살아보자

 메멘토모리...메멘토모리... 죽음을 한번씩 생각해 본다면...

그보다 더 한게 있을까요?

어떠한 모욕도 어떠한 모멸감도... 죽음 보다야...